안녕하세요. 학교에서 경제교사가 아님에도 경제교육을 하고있는 15년차 교사입니다.
얼마전 정승익 선생님의 <진짜공부, 가짜공부>를 읽고 제 생각을 덧붙여 주제에 대하여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옛날에 시골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면 땅팔고 소팔고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교육을 시키려면 돈이 많이 들지만 과거에도 자녀를 고등교육까지 마치려면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소까지 팔았다는건 전재산을 자녀 교육에 올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 자녀교육에 올인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로 대한민국의 상류층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텅텅 비어 있었고 비록 돈은 많이 들지만 고등교육을 시켜 놓으면 '성공'이란 댓가를 얻을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성공적인 사례가 무수히 많았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학업에 돈을 쏟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교육이 사회계층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녀들이 삼삼오오 생활비를 보태어 부모를 부양했기에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가 온전한 리스크는 아니었습니다.
3. 하지만 시대가 변하였습니다. 인서울 대학에 간다고 하여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같은 변호사라 하여도 부모님이 법조인 출신이냐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식자재 유통을 하더라도 몇 세대에 걸쳐 구축해놓은 유통망을 신규 도전자가 뚫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수세대에 걸쳐 쌓아올린 자본과 시간을 학력 정도로 이길리는 만무합니다. 지금은 공부=신분 상승이 아니라 부모의 경험 +자산이 신분인 시대라 가능성이 없는 아이에게 과도한 사교육비를 투자하는 것은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제 아이가 한때 한국무용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한국무용을 전공한 선생님께서 하신 말이 있었습니다. 한국무용은 본인에게 들어간 레슨비만 벌면 성공한 것이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가성비가 최악인 과목이 예체능입니다. 성악을 전공한 지인분은 최근 토스트 가게를 오픈하였습니다.)
4. 그리고 자녀가 성공하여 대기업에 간다고 하여도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녀가 살기에도 넉넉한 세상살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결혼도 하고 집도 사려면 돈을 모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노후준비가 안된 부모는 자녀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5. 게다가 자녀는 한두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십시일반하여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교육에 투자를 하고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것은 자녀가 행복하고 좋은 직업을 얻고 높은 소득을 얻어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것입니다.
7. 그런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지금보다는 20년 후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일일 것입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8. 불과 십수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스마트폰, 초고속 통신, SNS등은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AI의 세상이라고 합니다. 이미 많은 투자자가 이를 감지하고 관련 기업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투자자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 변화를 느낄만한 위치에 서 있는것 같습니다.
9. 이미 식당 및 현장에 각종 서빙로봇, 물류로봇, 택배로봇, 커피로봇, 치킨로봇, 떡볶이로봇 등이 도입되면서 당장의 단순노동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챗 GPT같은 인공지능 세상이 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감히 상상 할수조차 없습니다. 최근 인공지능으로 영어말하기를 가르쳐주는 어플리케이션을 시험사용해본 적이 있는데, 조만간 영어 교육자의 일자리가 상당수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0. 아이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새로운 상황에서의 적응력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메타인지, 자기주도적 능력 등일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이 미래시대에 우리 아이들을 지켜줄 것입니다.
11. 저는 공부가 등한시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해야하지만 사교육에 너무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12. 현재 우리 가정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시간, 재화, 노력을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사교육에만 몰빵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이런 명제가 깔려 있습니다. "인서울 명문대 졸업장은 20년 후에도 자녀의 인생에 중요하다."
13. 하지만 이런 명제는 20년후에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인서울 명문대가 가진 효용성이 과거에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들의 영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부모의 자산, 세대간 축적된 경험 등)
14. 6번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녀의 행복을 위해 자녀에게 투자한다면 몰빵전략은 대박 아니면 쪽박입니다.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이기 때문입니다. 50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미국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상위 10%이내의 성과를 기록하는 것처럼, 투자의 기본은 분산투자입니다. 저는 분산투자의 항목중 하나가 자녀의 금융자산 축적이라고도 생각합니다.
15. 국영수 위주의 공부도 해야하지만 다른 역량도 길러줘야 합니다. 20년후의 변화가 예측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우리 자녀는 그 불확실한 미래를 주체적으로 개척하듯 살아야 할 것입니다.
16.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그로 인해 사회 구조가 바뀌고, 선호되는 일자리가 계속해서 변한다면 휘몰아치는 변화 속에서 아이가 중심을 잡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면서 잘 적응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17. 지금 그런 주도성과 역량을 자녀와 함께 기르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 자녀 교육과 관련하여 부모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을 해야 합니다.
18. 이런 고민을 함께하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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